2009년 7월 8일 수요일

'황우석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우리나라의 갈길일까요?

황우석 박사팀의 논문조작 사건 이후 3년여 간 중단됐던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된다.'황우석'은 없지만 '황우석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되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4월29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차병원의 연구계획에 대해 4가지 조건을 걸었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재개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써 줄기세포 연구에서 세계 4~6위권을 유지하다 10위권 밖으로 처졌다는 평가를 듣던 한국 생명공학계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체세포복제란 수정되지 않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복제를 원하는 동물이나 인간의 체세포를 떼어 전기 충격으로 융합시키는 기술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시도했던 방식이다. 난치병 치료나 신약개발, 맞춤형 의료에 사용될 수 있지만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ㆍ종교적인 이유에서 국가별로 연구를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해 왔다.

 

차병원의 연구책임자인 정형민 교수(차바이오&디오스텍 사장)은 "보건복지부 승인이 나는대로 생명윤리위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준수해 이르면 5월 중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라면서 "신선한 난자를 주로 쓴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달리 800개의 냉동 또는 불완전 난자만을 사용해 성공시킬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크지만 그동안 축적한 체세포 복제 관련 기반 기술을 갖고 1년 안에 한 개,3년 안에 두 개 이상의 줄기세포를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만약 1개라도 배아줄기세포 복제가 성공하면 그 순간 연구를 중지하고 연구팀은 과학계의 검증을 먼저 받기로 했다"면서 "검증이 성공하면 그 뒤에 후속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연구계획서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심의위원회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만큼 배아줄기세포를 1개라도 만드는 데 연구팀과 모든 힘을 쏟겠다"면서 "제대로 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더 이상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이날 심의위원회가 제시한 4가지 조건은 △연구 내용에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을 완전히 삭제하면서 연구 명칭을 '줄기세포주 확립연구'로 변경할 것 △기관윤리위원회(IRB) 구성의 공정성을 제고할 것 △과거에 받았던 난자 기증 동의를 모두 다시 받을 것 △동물실험 위주로 실험을 진행해 인간의 난자 사용량을 최소화할 것 등이다.

 

 생명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의 결정은 오늘 제시한 4가지 조건을 차병원이 모두 충족한 후 연구를 시작하라는 뜻"이라며 "향후 보건복지가족부는 연구팀이 이들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는지 점검하고 연구계획을 최종 승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할 듯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4월29일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함에 따라 지난 3년간 암흑기에 빠진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이 미래생명공학연구소와 의정부 S여성병원에서 지원을 받는 박 교수팀 등 모두 7곳으로 이들 기관들도 곧 연구승인을 신청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우선 박세필 교수팀은 지난 22일 보건복지부에 '체세포 복제 연구기관'으로 등록을 마쳤으며 조만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박 교수팀은 이미 5년 이상 된 냉동 배아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005년 미국 특허를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윤리적인 논란이 있는 체세포복제 방식의 연구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정부는 2006년 황우석 사태로 체세포복제 연구를 중단시킨 이후 과학계의 신청을 두 번이나 반려시킨 바 있다.


 

3년 만에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허용된 29일 서울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3월 초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을 재개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을 8년 만에 재개한 셈이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등 관련 시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치료 시장에서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것은 1세대 줄기세포로 불리는 성체줄기세포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 2세대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가 상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시장 선점을 둘러싸고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과학강국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정형민 교수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너무 큰 기대감을 준다는 이유로 치료라는 말을 빼고 기초연구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면서  "윤리적인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1000개가 필요한 난자 숫자를 800개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불임 여성이 시험관 아기 출산을 끝낸 뒤 기증한 난자, 수정에 실패해서 버려진 난자를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만약 1개라도 배아줄기세포 복제가 성공하면 그 순간 연구를 중지하고 연구팀은 과학계의 검증을 먼저 받기로 했다"면서 "검증이 성공하면 그 뒤에 후속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연구계획서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조선 4/30

 

체세포복제 연구에 대한 통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심의위원회의 결정 방향이 기본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연구자에게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면서 "연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한 난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연구 목적이라면 제공자에게 돈을 주고 난자를 구입할 수 있다"면서 "차병원이 연구 시 사용하게 될 냉동배아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건강한 난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체세포복제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확립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원천특허 획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기술특허나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가 가능한 모델을 확립할 경우 신약 개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정 교수는 1년6개월 내에 연구를 성공시킨다는 타임 스케줄을 정해 놨다.

그러나 체세포복제 방식은 줄기세포 연구의 한 가지에 불과하며 여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체세포복제 방식은 난자 파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이 같은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만 허용하면 한국 줄기세포 연구가 저절로 발전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논의"라고 말했다. 확립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체세포복제 방식보다는 윤리 문제에서 자유로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한국이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고 섬세한 손기술 등 우리의 연구 역량이 발현될 수 있는 것이 체세포복제"라면서 "줄기세포 원천기술 확보 경쟁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세계 1등'뿐"이라고 강조했다. 1등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박 교수 역시 "줄기세포 기술은 선점을 하면 수십~수백 조원의 파급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일본 스마젠이라는 회사는 배아복제에 성공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단계까지 기술을 확보했고, 영국은 이종 간 배아복제 연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체세포 배아(胚芽) 복제란 핵을 제거한 난자를 피부세포처럼 다 자란 체세포 핵과 융합해 체세포 기증자의 유전자와 똑같은 배아(수정란)를 만드는 것이다. 복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면 복제인간으로 자라고, 4~5일 된 배반포기 배아에서 내부 세포 덩어리만 떼어내 배양하면 배아줄기세포가 된다.배아줄기세포는 배아(수정란)에서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 세포를 말한다. 불임시술 과정에서 남은 수정란이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에서 얻을 수 있다. 척수나 지방세포에서 얻는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자랄 수 있다.

정부 "황우석 박사는 안돼"

 인간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3년여 만에 허용되면서 한때 이 분야 연구를 선도했던 황우석 박사의 근황과 당국의 연구재개 허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재 상황에서는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 재개를 바라는 황우석 박사의 희망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논문조작과 연구비 전용을 두고 법정에서 진실공방이 수년째인데다 정부가 윤리적인 이유를 들어 황 박사의 연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차병원에 대한 조건부 연구 승인과 황 박사의 국내 연구 재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황 박사의 연구신청에 대한 거부는 논문조작 등 윤리적 문제에 원인이 있는 만큼 이런 원칙이 변경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황 박사는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수암재단 측은 당국의 체세포복제 방식 연구 허용에 대해 "뒤늦게라도 체세포복제 방식의 줄기세포 연구가 허용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연구팀이 좋은 결실을 맺어 국가와 인류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재 수암재단 측과 황우석 박사는 황 박사의 연구 주제나 내용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황 박사 측근과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황 박사는 동물복제 분야 연구뿐 아니라 인간 체세포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확립 연구를 통해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황 박사는 공판이 열릴 때마다 귀국해 서울지법에 출두하고 있지만 언론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황 박사는 연구 근거지로 알려졌던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최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수암재단 관계자는 "황우석 박사가 공판 때문에 귀국하면 시차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려 일주일 이상 연구를 중단하고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시차가 길어야 3~4시간에 불과한 동남아 지역이 아닌 유럽이나 북미 등지에 황 박사가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암재단 자문교수인 현상환 충남대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의 분화연구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이 한국을 많이 앞서 있고 연구 인프라와 인력의 수준, 양도 차이가 크다"면서 "지금까지의 연구문헌이나 실질적인 기술을 볼 때 한국이 승부를 걸 수 있는 분야는 체세포복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